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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 VS 종이달 and 나의 경단녀 탈출기(초보)

엄마,나로서 O작가의 일상

by O작가의 story 2023. 5.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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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46세 차정숙역 엄정화
Genie TV 드라마 종이달의 주부 유이화 역의 김서형

 

여자가 주인공인, 내 나이 또래가 주인공인 이 두 드라마가 요즘 눈길을 끕니다. 아마도 늦은 결혼, 출산과 육아로10년의 경단녀 상황에서 이제 막 다시 뭔가를 내딛고 있는 내 상황의 감정들과 현실들이 겹쳐서인지도 모릅니다.

이 두 드라마를 보며 대한민국에서 주부만 한 여자들의 현실이 어떤 건지 툭툭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 절감합니다. 특히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약간의 어거지도 느껴질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감정들과 공감이 많아지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차정숙이 레지던트 1년차에 복귀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들과의 대화입니다.

저기 연세가 적지 않은 편이고, 아니 좀 많은 편이고, 아니 조금 많이 많은 편이고 45?”

“46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연배가 다른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겁니다.더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아시잖아요. 다들 싫어할 거라는 거.”

 

개인주의가 뭘까요?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지킬 예의와 매너는 지키면서 남한테 방해나 간섭 안 받고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라이프로 사는 게 개인주의가 아닐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 개인주의를 좋아하는 걸로 압니다. 그러면 내 인생과 라이프를 방해 받지 않고 간섭 받지 않으면 되지 왜 나이가 많으면 같이 일하기가 싫어지는지, 불편한 지 의문입니다.

일이 서투르면 다시 배우면 되고, 뭔가 모자라면 채우면 됩니다. 개인주의가 좋다는 세대들이 나이가 많아서 불편하고 싫다는 게 앞 뒤가 안 맞습니다. 일을 배울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게으르거나 의지나 열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세대차이는 날 수 있습니다. 체력은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이 저출산 시대에 애 낳아 키우고 케어한 대한민국의 중년 여자들을 왜 이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불편하고 싫은 존재로만 대할까요?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출근을 거절 당했다가 결정된 레지던트가 제대를 하게 돼 어쩔 수 없이 레지던트 1년차로 출근이 허락된 차정숙이 처음 어린 동료들을 만났을 때 대사입니다.

절대로 불편해하지 마시고 다른 전공의들과 똑같이 대해 주세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나이 많다고 대접 받으려는 거 완전 극혐인데.”

 

나이 많다고 대접해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왜 나이 많으면 그 사람은 대접 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개인의 각자 열 손가락의 지문 모양이 다 다르듯 나이와 상관 없이 사람의 성향, 모양새, 생각,  취향과 이념이 다릅니다.  나이가 많다고 그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대접 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입니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그저 다시 사회에서 인정 받고 싶고,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나라는 존재가 어디까지인지 도전해 보고 싶고, 증명해 보이고 싶을 뿐입니다. 나이 많다고 대접 받으려 한다고 버릇없이 단정 지어 말하는 것도 극혐입니다.

나는 실제로 내가 나이 많은 학부모 중 한 명이라 나이 어린 엄마들이 불편해 할까봐 일부러 내가 먼저 밝게 인사하고 다녔습니다. 인사로 먼저 다가 선 겁니다. 아이 유치원 입학 시킨 순간부터 처음 보는, 모르는 학부모들에게 무조건 먼저 밝게 인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사만 했습니다. 너무 또 바짝 다가려 하면 불편해 할까봐 인사만 밝게 했습니다. 그러다 말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함께 놀이터에서 놀게 되며 대화를 나누게 되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친해집니다. 

나이가 많아서 꼰대짓 하겠지, 나이가 많으니 대접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편견입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차정숙이 처음 회식 자리에 참여 했을 때의 대사입니다.

근데 차선생은 일 안 하는 동안 전업주부셨나요?”

, !“

집에 여유가 있으시네.”

 

왜 대한민국에서는 여유 있으면 전업 주부인 거고, 사는 게 빠듯하고 힘들어야만 일을 하는 대상이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 애가 어리고 신혼 때는 와이프가 집에 있길 바랍니다. 그런데 사는 게 10년이 지나고 애가 크면 '내 와이프도 일해서 돈 좀 벌었음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은근 많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이 맞벌이를 하는 집이 많을 때는 더욱더 비교가 되나 봅니다. 술 마시고 들어 와 술 취한 목소리로 "이제 네 돈을 네가 벌어 써라. 요즘 네 나이 또래 여자들 보니까 일만 잘 하더라."고 얘기를 합니다.

솔직히 서럽습니다. 나름 집에서 살림에, 집안 청소며 관리에, 아들 케어에, 아들 라이딩에 열심이며 나 자신을 위한 취미 생활 같은 건 아주 사소한 것도, 작은 것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도 딸기를 엄청 좋아하지만 아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아들이 유일하게 잘 먹는 과일이라 생활비를 아끼느라 나는 딸기를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남편이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지만, 돈 관리를 남편이 하고 나는 남편이, 남편의 기준에서 정해 준 생활비만 받아 씁니다. 그 금액에서 어떻게든 세금과 아들 학원비며 생활비며, 각종 할부금들을 감당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나는 글만 써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격증 하나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재작년에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 온라인으로 혼자 공부를 하고, 온라인으로 자격증르 3개를 따 봤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온라인으로 공부해 온라인으로 바리스타 1급 자격증도 땄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써 먹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만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공부라도 하고, 따 놓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나도 일단 일을 시작해 보자 했습니다. 남편이 사업하고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 집안 일과 아이 케어를 신경 안 쓰게 해 주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만 할 수 있는 나이 40대의 대한민국 여자가 면접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 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식당 서빙, 식당 주방 등이었습니다. 카페 아르바이트도 되도록이면 젊은 대학생이나 20대들을 원하는듯 했습니다. 편의점 등도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찾은 게 야쿠르트, 우유 배달 매니저였습니다. 원하는 시간에만 하면 된다고 해서 아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배달만 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일한 지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새벽 배달을 안 한다고, 배달이 너무 없어 비운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매일 매일 배달을 안 한다고 은근한 텃새와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아침에는 남편 출근 준비와 아이 등교 준비를 해야해 새벽에 배달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8개월째 일을 하면서 그만 둘 준비를 이미 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며 느낀게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사는 게 어려우니까 이런 일을 하나 보다 싶은 말들이 은근히 튀어 나오곤 했습니다. 심한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직이라는 게 뭔지, 내가 뭘 간과 하고 있었는지는 배웠습니다. 세상을 다시 배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배우면서 다시 시작해도 되는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잘한 것도 아니면서 경단녀들을 무조건 골치 아프고 일 못해 귀찮게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 대한민국에서는 기회라는 것조차 다 막아 버리는 걸까 싶었습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된 게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나이 40대 여자가 일을 해서 잘 나가면 독한 여자인 거고, 주부로만 살면 여유가 있어서고, 맞벌이를 하면 사는 게 빠듯해서인가 봅니다. 자기 계발과 자기 인생의 전환을 위해서라거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도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경단녀가 되어 살아 온 여자들에 대한 시선과 생각은 편견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주부로 살아 온 경단녀가 다시 사회인으로서 뭔가를 도전하고, 해 내기에는 장벽이 너무 많습니다. 편견도 너무 많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교보문고에서 작가로 글을 써 계속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시에서 시민 위원으로 시회의도 참석하고 교육 모니터링도 하며 활동을 해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작가로 다시 돌아가고 싶기만 합니다. 하지만 경단녀에게 사회적 벽과 인맥은 너무 높은 벽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TV에서 슈퍼맨이 돌아 왔다 같은 프로를 방영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남자들의 생각입니다. 

 

드라마 '종이달'에서 유이화의 남편과 친구이자 동료이며 부하 직원인 남자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대사입니다.

그러니까. 나처럼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여자를 골랐어야지. 아휴, 너도 참.”

 

나는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했습니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좋은 회사에서 좋은 직분인 남자가 집에서 와이프에게 무관심하고 사무적입니다. 일 년에 반은 해외 출장입니다. 그런 남자가 와이프를 생각하는 기준이 이런 건가 싶어 너무도 충격이었습니다. 삶의 동반자이자 한 집 안에서 살을 맞대고 사는 와이프가 그저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여자면 된다는 게,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싶어서 우울해 집니다.

아직도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있고, 직분이 있고, 욕망이 있는 남자들의 생각이 설마 다 이런 건 아니겠지 싶지만 왜 한숨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기만 하는, 그저 말 대꾸도 안 하고 남편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고 말하는 여자를 와이프로 들일 거면 차라리 인형이나 말 잘듣는 로봇을 사서 같이 살지 싶었습니다. 

남편도 가끔 짜증을 내며 아들이나 나한테, 뭐라 하면 그냥 "네."라고 하면 되지 왜 토를 다냐고 뭐라 합니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여기는 군대도 아니고 나랑 아들은 로봇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건 말대꾸가 아니라 각자가 독립적 인격체이니까 이해가 안가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게 정상인 겁니다. 여자가 애교가 없어서, 란 말도 참 은근 모욕적입니다. 와이프 마음이나 와이프가 뭐가 힘든지도 모르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적이 없으면서, 되려 "육아 하기 싫어서 돈 쳐들여 학원 보내는 거잖아.", "네가 돈 안 모아서 그런 거잖아.", "네가 뭘 할 줄 아는데?"라는 말들로 엄청 상처를 툭툭 주면서 여자는 무조건 내가 힘들때 애교가 있어야 하고, 무조건 웃어 주며 예쁜 말만 해 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솔직히 폭력입니다.

도대체 이 대한민국에서 40대 주부들, 경단녀들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싶어집니다. 저출산으로 망하게 생긴 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그 아이를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게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부이자, 엄마이자,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이 대한민국에서 왜 그런 소리를 듣고 사는 건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조차 저출산 해결한다고 TV에 나와서 "돈 줄테니 애 낳으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위에서 정책을 만들고 내는 정치인들이라는 사람들부터가 여자를 이렇게 상대하니 우리나라가 여자에 대한 인식이 변할 리가 없습니다. 

 

 

 

나는 저출산으로 망할 위기에 있는 이 대한민국이 아이를 낳아 케어하고 성장시키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주부들을, 경단녀들을 어떻게 쳐다 보고, 어떻게 보람 있게 어울려 살아갈 지를 정말 고민해 봐야할 타임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여유 있으니까 전업 주부이고, 여유가 없으면 맞벌이나 서비스 노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시대적 착오와 편견에서 벗어 나야 한다고 봅니다. 나이가 많아서 불편하고 싫은 이미지와 비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나이가 많아서 체력은 좀 딸릴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생각의 방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싫다는 건 그 나이 때의 내 부모나 이모나 삼촌들도 불편하고 싫다는 거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자신들은 나이를 안 먹는다고, 평생 젊기만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누구나 나이를 먹어 갑니다. 누구나 이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젊은 청춘일 수도 없고, 결혼을 안 한다 해도 영원히 사회에서 인정 받는, 촉망받는 청춘의 인재일 수만은 없습니다. 

여자들도 인간입니다. 자신의 자존감과 성취감과 보람을 잃어버린 나라에서 저출산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편견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노키즈 존을 외치며 아이들은 시끄럽다고 말하는 당신도 그런 어릴 때가 있었다는 걸 기억을 못할 뿐입니다.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그 시끄러운 아이들과 같은 시기가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노키즈 존을 외치기 전에 자신도 그런 아기 시절,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출산을 하든 안 하든, 당신도 언젠가는 나이 40대의 대한민국 여자가 되어 있을 거란 걸 생각한다면 이제는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축구선수 이영표가 은퇴를 하고 늦둥이 육아를 경험하고 한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축구를 인정을 받았지만 육아를 하면서 결국 축구든 육아든 둘 다 똑같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말 말입니다. 국가 대표 축구 선수를 하며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늦둥이 육아를 직접 해 보니 와이프가 자신과 동일하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 말입니다. 

세상에 대단하지 않은 일을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바라보는 시선도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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