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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아들과 남산타워 산책

맛과 멋을 즐기는 산책 속에서의 입맛

by O작가의 story 2023. 2.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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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새해였다. 새해에도, 설 연휴 첫날에도 출근한 바쁜 남편을 대신해 나는 아들에게 남산타워를 보여 주고 싶어 설 연휴 첫 날부터 아들과 친정 아빠를 차에 태우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 시아버님 제사도 다 끝내 놓은 상태라 마음이 편하게 아들과의 남산 타워 나들이를 하기 위해 달렸다.

새해 첫날이라 다들 부모님 댁이나 시골로 내려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간 상태라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서 신호만 잘 지켜서 막힘 없이 차를 몰아 도착했다. 남산 타워 주차장 올라가는 입구에서 차가 몰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밀리지 않고 들어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아들 임신한 몸으로 남편과 구경하러 왔을 땐 입구에서 남산 타워 앞까지 셔틀 버스가 있었던 기억인데,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아들은 길고 긴 계단을 오르며 투덜 대기 시작했다. 

"엄마, 대체 계단이 몇 백 개야?"

"엄마, 이건 계단 지옥이야!"

"엄마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

 

진짜 ㄱㅖ단 지옥이었다. 셔틀이나 케이블 카는 어딨지? 싶은 게, 이년 전에 무릎 수술 하신 친정 아빠와 계단 지옥이라고 투덜 대는 초등 아들에게 미안했다. 이게 아닌데 말이다. 셔틀은 어디 간거야 싶은 게 민망했다.

 

 

그래도 올라가서 본 서울 전경은 시원하게 훤히 내려다 보였다. 거의 다 올라 갔다 싶었을 때 계단 거의 막바지에 가까운 곳에서 알았다. 케이블 카는 명동에서 타고 올라 와야 한다는 걸!

그리고 셔틀 타는 곳은 반대편이란다. 이쪽 주차장이 아니라!

임신 때 남편과 왔던 곳 반대편에 주차를 한 것이다. 네비를 켜고 왔는데, 사전 조사 없이 와서 그런가 보다 싶기도 했지만, 다리가 아프긴 했다. 아들도 헉헉 대며 계단 지옥이야, 계단 지옥 하며 투덜 댔다. 새해부터 엄마가 자기를 계단 지옥에 데리고 왔단다. 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서울 전경 좀 봐봐 하며 시선을 돌리며 했는데, 아들이 너무 다리가 아프고 올라오느라 힘들었나 보다. 하긴 나도 힘든데...

 

 

계단 다 올라 가서 자물쇠들이 걸려 있는 걸 보더니 아들도 하나 걸고 싶다해 하얗고 깨끗한 자물쇠를 한 개 구입해 아들과 함께 글씨를 썼다. 자물쇠 거는 건 아들이 했다. 아들이 그 작은 손으로 자물쇠들 틈새로 우리가 구입하고 글씨를 쓴 자물쇠를 소중하게 손에 쥐고 떨어지지 않게 확인하며 걸었다.

"엄마, 이거 떨어지지 않겠지?" 확인까지 하며... 이 자물쇠 열쇠를 지금도 잘 가지고 있다.

 

 

끝날 거 같지 않던 계단이 끝나고 드뎌 남산 타워를 눈 앞에서 맞이 했다. 아들은 그제야 계단이 끝났다며, 자물쇠도 지 맘에 들게 구입해서 걸고 와 잠시 다리를 쉬게 하고는 구경을 시작 했다.

남산 타워 안 전망대에도 들어가 보고 싶어했다. 이왕 온  봐야지, 보여 주러 온 건데 하며 전망대 입장권을 끊었다. 어른 1명에 12,100원, 어린이 1명에 9,600원이랑 어른 둘과 어린이 한 명 입장권을 끊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잠시 섰다. 인원대로 끊어서 태우기 때문에 잠시 기다려야 했다. 줄이 길지도 않고, 전망대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아서 금새 올라 탔다. 

 

 

새해라 사람이 은근 많기는 하지만 아주 북적대거나 불편하게 너무 많이 북적이지도 않아서 천천히 구경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아들은 전망대에 처음 가 보는 거라 호기심 가득인 듯 했다.

"엄마 많이 높아?"

"엄마 올라가면 뭐 있어?"

계단 지옥은 금새 잊었는지 쫑알 대는 아들의 얼굴이 너무 귀여웠다. 나는 남편이랑 신혼 때 왔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고, 그곳을 이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오니 새로웠다. 

신혼 때 남편이랑 왔을 때는 배 속에 아들도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며 커 가고 있었고, 아직 신혼이라 좀 애틋하고 낭만이 조금 섞인 분위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온 남산 타워는 뿌듯함과 귀여움 가득이었다. 아들이 어떤 기분으로 구경하고 어떤 기억을 남길 지 기대도 되고 이왕 이면 엄마와의 추억이 즐거웠으면 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어두운 듯 하면서도 미디어 아트처럼 방 전체가 영상으로 꾸며진 룸이다. 아들은 이리저리 둘러 보고 살피며 혼자 구경을 했다. 나는 그런 어린 아들을 쳐다 보며 사진 찍기 바빴다. 

전망대에 있는 금색인지 동색인지, 기념 동전 뽑기도 하고 싶어해 한 개 뽑게 해 줬다. 새해 시작 때라고 소원 적어 걸어 놓은 이벤트도 설치해 놨다. 아들과 나, 그리고 친정 아빠는 각자 따로 각자의 소원을 적어서 고이 접어서 각자 줄에 걸어 놨다. 그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뭐 2022년이 다 가고 2023년이 되도록 소원은 안 이루어진 거 같다. 아들의 소원은 뭐였을까? 그때 물어봐 둘 걸 그랬나 보다.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졌길 바란다.

 

 

우리는 남산 타워 구경을 끝내고 남산 돈까스 집으로 가 돈까를 사 먹고 차에 올랐다. 새해에 계단 지옥에, 훤히 내려다 보이는 서울 전경에, 소원 적어 자물쇠도 걸고, 소원 적은 쪽지도 고이 접어서 걸어 두고 오고, 그래도 새해에 설 연휴 첫날에 나름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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