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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람

문화생활과 박람회 속에서의 체험과 즐김

by O작가의 story 2023. 2.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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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가족들 다 같이 갔으면 했는데, 사업하고 영업하는 남편은 바쁘고 해 아들과 둘이 가게 됐다. 예약한 시간이 12시여서 아침 일찍 준비하고, 차가 막힐까봐 조금 여유 있게 출발을 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날씨가 더워서 아들을 뒤에 태우고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본격적인 여름도 아니고 무슨 6월달 말인 22일이  그렇게나 더웠는지 모른다. 청와대 바로 옆이나 앞에 주자도 불가능하대서 어린 아들 손 잡고 땀 뻠뻠 흘리며 찾아 가기에는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굳이 그 청와대를 보러 가야 하냐고 하면, 그냥 궁금하기는 했다. 어린 아들도 궁금해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는데 그런 사람이 사는 곳을 어떤지 보고 싶단다. 솔직히 안 궁금해 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사이트로 들어가 예약을 해 놓고, 그 날 아침에 남편은 출근을 시키고 어린 아들과 아침밥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이 막히거나 크게 애로 사항은 없었다. 미리 여기저기 검색해 본 결과 차 주자를 경복궁 주차장에 하고 주차비를 내고 관람할 수 밖에 없다해 경복궁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경복궁 주차장도 자리가 아주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다행이 도착하자마자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주차장 관리 아저씨에 안내로 한 켠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경복궁 주차장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기본 요금을 내고 청와대 앞에서 내렸다. (택시 잡기도 쉽지는 않았다. 요즘, 카카오 택시나 앱에서 예약하고 요청하는 시대라 그런지 어릴 때처럼 그냥 길거리에서 손 흔들어 택시 잡기도 왜 이리 힘든지...)

 

 

 

청와대 앞에 도착하니 건물 분위기부터가 위엄이 있어 보이고 밖에서 봐도 땅이 어찌나 넓어 보였는지 모른다. 저 안에서 걸어 다니기도 쉽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입구에서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일단 입구 오른쪽에서 '청와대, 국민의 품으로' 사이트에서 예약한 사항을 보여 주고 바코드를 찍은 뒤 입장이 가능했다.

입구에서 보니 벌써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 같았다. 아들과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 먼저 보이는 안내소에서 위치도가 그려져 있는 안내 팜플릿부터 챙기고 본관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본관을 구경하려는 줄이 엄청 길어서 일단 줄은 섰다. 날이 더워서 일단 햇빛의 강도에 벌써 지치는 느낌이었지만 이제 구경 시작이니 힘을 내볼까 했다. 200m 보다도 훨씬 더 길어 보이는 줄이 늘어선 본관 구경 줄은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앞으로, 앞으로 움직여지긴 했다. 한 30분 정도 줄 서 있었던 것 같다.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렇게까지는 걸리지 않았다.

앞에 들어가는 거 보니 유모차는 금지였다. 유모차를 가지고 온 아기 엄마들은 유모차는 본관옆 밖에다 세워 놓고 안고 들어가야 했다. 

 

본관 입구에 안내 받아 들어 가자마자 신발에 보호 덧신을 신어야만 본관 구경을 할 수 있다. 나도 아들과 본관 입구 앞에 있는 통에서 덧신을 꺼내 들고 의자에 앉아 덧신을 신고 있자니 어린 아들이 그랬다.

"엄마 정말 귀한 곳인가봐. 더러워질까봐 이런거까지 신게 하고." 라고 말하는데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귀한 곳이긴 하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시는 곳이니...

아들과 나는 계단 위 중앙에 크게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그림을 힐끔 보다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복도로 따라 차례차례 구경을 하기 위해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말이다.

 

 

1층 복도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지만, 뭐가 많이 진열돼 있거나, 굉장히 화려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아무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용하는 곳이고, 높은 분들이나 기업의 대표들이나,  각 나라의 귀빈들이 오면 들릴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넓고 고급스럽게 해 놓았다. 인테리어나 장식품에 군더더기도 없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용하고 거주하는 곳이다 보니 그 위엄과 권력을 나타내 주는 분위기에 초점을 둔 인테리어나 장식들이 군더더기 없이 고급스럽고 기품 있는 건 당연해 보였다.  어린 아들 눈에도 어마하게 보였나 보다. 무슨 건물 안이 운동장 보다도 더 넓은 크기이니 어린 아들이 보기에는 엄청나 보이는 게 당연하다. 우리 같은 소시민이야 다닥다닥 작은 아파트들이 붙어 있는 곳에 살면서 층간 소음 때문에 걱정하며 사니까 맘껏 뛰고 싶은 나이에 있는 아들의 눈에는 운동장 보다 큰 그 본관 안 건물 내부가 신세계였을 거다.

 

 

천장에 샹들리에들이 참 인상적이었던 거 같다. 어린 아들은 유심히도 구경하는 듯 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복도도 넓직, 넓직, 구분된 공간들도 다 넓직 넓직 했다. 나도 거기서 뛰어 보고 싶었다. 아무도 없을때 여기서 사뿐사뿐 뛰어 보면 어떤 기분일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영부인이 손님 대접하는 백조 같은 룸이 보인다. 하얗고,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심플하고 고급스러움 그런 룸 말이다. 여기저기 다 군더더기가 없다. 쓸데없이 걸리는 물건들이나 가구들도 없다. 화려함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웅장함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그랬다.

 

 

 

어린 아들은 구경하다가 "이런 곳에 살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혼잣말 같은데 옆에 서서 신기한 눈으로,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는 눈빛으로 말하는 게 들리는데 귀여웠다. 어린 아들 눈에도 살아 보고 싶은 곳인가 보다. 나는 살아 보고 싶진 않다. 부담스럽다. 그냥 나라가 안전하고 부강해서 어렵지 않게, 힘들지 않게, 늙어가시는 부모님이나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고 싶다. 너무 넓어서 청소 하기도 힘들거 같다. 물론, 청와대 사시는 분들이 청소를 할 리가 있겠는가, 청소 해 주시는 분들 다 따로 있을 텐데...

나는 재벌들이 부러운 게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세금이 얼마나 나오건, 물가가 얼마나 오르건, 그런거 때문에 밀리거나 부담되는 삶은 안 살아도 된다는 거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돈 걱정에 없이 산다는 거다. 그리고 하루 세 끼를 뭐 먹을까 고민 많이 안해도 제철 음식으로 요리해서 식탁에 알아서 딱딱 차려주는 그게 너무 부럽다.

 

본관 건물 안을 구경하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본관 앞의 넓~은 잔디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확 트이고, 시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그 잔디가 참 보기 좋았다. 

 

 

 

차례차례 여기저기 구경하고 외부를 돌며 구경하는데 너무 더워서 걸어 다니는 게 좀 힘들었다. 땀이 자꾸 흘렀다. 어린 아들도 상의 등 뒤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골프장 안에서 타고 다니는 카트기 같은게 좀 있었음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간절히!

내부도 어마했지만 외부도 엄청 넓었다. 그냥 이 안에서 산책하고 다 해결하겠다 싶은 게 이게 정원이라고 해야할지 마당이라고 해야할지, 정말 엄청 넓었다.

강도 있었다. 그 안에 잉어들이 참 튼실하고 건강하게 헤엄치고 다녔다.

 

 

그리고 일단 운치 있었다. 한옥 경관으로 지어 놓은 건물들이 어찌나 멋지고 운치 있던지, 사진에 예쁘게 담고 싶었다.

덥지만 않았어도, 땀만 아니었어도, 더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어린 아들도 너무 더워서 계속 걷는게 짜증이 났는지 빨리 나가자고 했다. 자기 궁금증 풀렸다며 그만 나가잔다.

더위 풀리고 올 걸 왜 더울 때 예약을 했을까 후회를 했다. 너무 넓어서, 정말이지 너무 넓고 넓어서, 걸어 다니며 다 구경하기엔 조금 힘든 점도 있었다. 

더워서 더는 못 걸어 다니겠다고는 아들의 요청에 청와대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쉽지 않게 또 택시를 잡아 타고 경복궁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이 유로라 주차장비를 카드로 결제하고 빠져 나왔다. 주차비는 2시간 30분 정도?에 8,200원 정도 나왔다. 

더워서 힘들었던 거 빼고는 나름 괜찮은 관람이었다. 최고 권위 있는 권력자의 생활권을 들여다 봤다는 게 평범한 국민으로서는 엿볼 수 있다는 게 흔한 일도 아니니까! 어른이 나도 그런데 어린 아들의 눈에는 정말 평범하지 않은 걸 구경하게 된 하루였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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